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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스른 여자들, 영화 7인의 황후

by ghktjs1357 2025. 5. 5.

 

‘7인의 황후’는 조선 왕조를 배경으로 여성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린 궁중 정치극으로, 단순한 후궁 간의 암투가 아닌 ‘여성이 권력의 중심에 선다면’이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상상력 기반의 역사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실제 역사와는 다른 허구적 요소를 가미했지만, 그 속에 담긴 정치적 욕망, 생존 본능, 여성의 존재 가치 등은 매우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7명의 여성 인물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쥐기 위해 ‘시대를 거스르며’ 움직이는 이 영화는, 오늘날의 여성 리더십에 대한 풍부한 은유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1. 줄거리로 보는 권력의 구조 – 후궁에서 주체로

‘7인의 황후’는 왕의 총애를 받던 중전이 병으로 쓰러지며 시작됩니다. 아직 세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후궁들은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앉히기 위한 암투를 벌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모성’을 이용한 경쟁 구조를 넘어섭니다.

7명의 여성 인물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치의 장에 참여하고, 그 안에서 ‘왕의 여자’가 아닌 ‘정치적 존재’로 기능합니다.

  • 중전 민씨: 왕의 정실로서 공식 권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후사가 없어 정치적 위기 속에서 위엄과 전략을 동시에 유지하려 애쓴다.
  • 소의 나씨: 종교적 카리스마와 민심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한다.
  • 빈궁 정씨: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전략가로, 외척 세력과 연계하여 실리정치를 꾀한다.
  • 현빈 최씨: 법도와 예절을 중시하며 ‘궁중 질서’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자임한다.
  • 귀인 홍씨: 젊은 후궁으로, 새로운 가치관과 행동력으로 ‘전통’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 의빈 강씨: 한때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가 몰락했던 인물로, 복수와 회복의 이중 목표를 가진다.
  • 정화궁 김씨: 왕과는 정서적 연을 가졌지만 권력에는 무관심한 듯 보이는 인물로, 후반부에 뜻밖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단순히 왕에게 사랑받기 위한 경쟁자가 아니다. 오히려 왕조라는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지우지 않기 위한 치열한 전략가들로 그려진다.

2. 여성의 권력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조선 사회는 철저한 남성 중심의 유교 이념 위에서 운영되었지만, 궁중만큼은 여성이 중요한 정치적 행위자로 존재했습니다.

영화는 이를 배경 삼아, 실제로는 공식 기록에 잘 드러나지 않는 여성들의 권력 행위를 드러냅니다.

  • 정비와 대비는 실질적 군주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였고,
  • 후궁은 총애를 기반으로 권력의 배후를 형성하며,
  • 세자빈은 미래의 국모로서 정치적 잠재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7인의 황후’는 이 구조를 더욱 과감하게 확장합니다. 단지 아이를 낳는 존재가 아닌, 정책을 제안하고, 정치적 연대를 만들며, 때로는 암살과 내통까지 실행에 옮기는 주체로서 여성들이 기능합니다.

한 장면에서, 정씨가 대신들과 비밀리에 회동하면서 말합니다. “왕은 한 명이지만, 정치를 움직이는 손은 셋이다. 그 손 중 하나는 내가 되겠다.”

이 장면은 영화 속 여성들이 단지 ‘왕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려는 ‘자신만의 정치 목표’가 있음을 상징합니다.

3. ‘시대를 거스른다’는 것의 의미 – 전통과 파격 사이

영화의 제목이 말하는 ‘7인의 황후’는 실제 조선 역사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구성입니다. 조선의 왕에게는 중전은 단 한 명이며, 나머지는 후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제약을 깨고, 가상의 공간 안에서 “만약 여성들이 왕을 거치지 않고 직접 권력을 나눴다면?”이라는 상상을 실행합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역사 왜곡이 아니라,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 권력의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장치입니다.

민씨는 보수의 상징으로서 전통을 지키려 하지만, 홍씨는 “왕을 낳기 위해 몸을 바치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다”며 구조 자체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젠더 권력 구조에 대한 은유로 기능합니다.

4. 각 인물의 감정선 – 단순한 경쟁을 넘어선 욕망의 서사

‘7인의 황후’가 단순한 암투극에 머물지 않고,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이유는 각 인물의 욕망과 감정선이 매우 입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민씨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불안과 사명감 사이에서 흔들리고,
  • 정씨는 권력을 얻고 나서 오히려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을 겪으며,
  • 나씨는 신에 대한 믿음과 정치의 현실 사이에서 양심의 균열을 마주합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귀인 홍씨입니다. 그녀는 왕과의 사랑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과 감정으로 권력을 탐색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왕의 여자가 아닌, 내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싶다.”

그녀의 이 한마디는 영화 전체의 주제이자, 수백 년 동안 기록에서 사라졌던 여성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들립니다.

결론: 왕의 여자가 아닌, 왕조의 주인으로 남은 여성들

‘7인의 황후’는 궁중이라는 제한된 공간, 여성이라는 사회적 제약을 뚫고 권력의 중심으로 향한 이들의 여정을 치밀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궁중 스릴러가 아닙니다. 여성은 어떻게 말할 수 있었는가? 누구의 이름으로 존재했는가? 침묵은 강요였는가, 전략이었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역사와 권력, 여성과 시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합니다.

결국 ‘7인의 황후’가 보여주는 건, 권력을 꿈꾼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시대를 거스른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살고 있습니까?”